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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40

[뇌의 기억] 기억하기- 맥락찾기

뭔가를 기억하느냐 마느냐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기억의 생성을 위해서는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지금 몇 살이건, 기억력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주의집중이다. 주의결핍은 기억을 약화시킨다. 예외는 없다. 되뇌기, 자가 테스트, 시각과 공간 이미지, 기억술 등을 활용하거나 정보에 의외성, 감정, 의미를 부여할 때 기억은 향상된다. 이 밖에 기억을 생성하거나 불러오는 데 도움 혹은 방해가 되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종종 우리의 기억력은 맥락에 의존한다. ● ● ● 내가 뭘 하려고 여기에 왔더라?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열쇠와 전화기를 둔 곳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불평에 이어 가장 흔한 경우다. 다들 방에 들어갔다가 멍해진 머리를 긁으며..

철학/뇌과학 2023.06.13

[뇌의 기억] 미래기억.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

미래기억prospective memory은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이다. 미래기억은 정신적인 시간여행 같다. 미래의 내가 하려는 일을 미리 정해두기 때문이다. 뇌가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인 동시에 미래의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떠올려야 하는 기억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잊어버리는 기억이기도 하다. 사실 미래기억은 신경회로가 제대로 뒷받침해주지도 않고 너무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억이 아니라 망각의 영역에 속하는 것 같다. 미래기억을 잊지 않고 떠올리기 위해서는 미래에 행동으로 옮길 의도나 취할 행동을 지금 부호화해서 기억에 넣어두어야 한다. 부호화까지는 대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학생인 딸을 위해 집에 오는 비행기표를 오늘 취침 전에 예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제 나는 뇌에게 비행기표..

철학/뇌과학 2023.06.12

[뇌의 기억] 섬광기억

일화기억은 ‘그때 기억나니……’라는 주문으로 시작하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어떤 경험은 평생 달라붙어 사라지지 않는 반면, 어떤 경험은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사라지곤 한다. 왜 우리는 지금껏 겪은 일 중에 어떤 것은 자세하고 또렷하고 쉽게 떠올리는 반면 어떤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어떤 경험을 기억하고 어떤 경험을 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그냥 다 기억하면 안 되는 걸까? ● ● ● 기억나지 않는 것부터 떠올려보자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들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이라는 점이다. 기억에 남을 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이 사건들은 습관적으로 매일매일 일어나는 단조로운 일들이다. 우리는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밥 먹고, 씻고, 물건 사고, 출퇴근하는 데 ..

철학/뇌과학 2023.06.11

[뇌과학] 의미기억

> 뇌가 어떤 정보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그 정보는 한시적인 작업기억에서 벗어나 해마로 전달되고 강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이렇게 우리가 의식적으로 붙잡아두는 장기기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른바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학습한 지식, 삶과 세상에 관한 사실들을 저장해둔, 우리 뇌의 백과사전이다. 이런 정보는 학습 당시의 세부기억을 떠올리지 않고도 기억할 수 있다. 의미기억은 언제 어디서 그 기억이 생겼는지 등과 같은 개인의 경험과는 분리된 지식이다. 살면서 겪은 특정한 경험과도 묶여 있지 않다. 이에 반해 이전에 일어난 일, 특정 장소, 시간과 묶여 있는 정보는 일화기억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일..

철학/뇌과학 2023.06.10

[뇌의 기억] 몸이 기억하는 근육 기억

몸에 각인된 기억 대중문화에서는 신체 기능에 관한 기억을 근육기억muscle memory이라고 부르곤 한다. 반복하고 집중해서 연습하다 보면 이전에는 서로 무관하던 복잡한 신체 동작들이 하나하나 힘들게 단계를 밟지 않아도 마치 하나의 동작처럼 연결 처리된다. 정확한 동작 패턴이 기억에 저장되면, 어떻게 하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빠르고 정확하게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떠올리느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엘리제를 위하여〉를 피아노로 연주하고,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하고, 날아오는 야구공을 잡고, 부엌까지 걸어가고, 스키슬로프를 활강할 수 있다. 나이키 광고처럼 ‘그냥 한다Just do it.’ 배우자가 5분 전에 한 말은 생각나지 않아도 근육..

철학/뇌과학 2023.06.03

철학하는 삶

철학 philosophy은 고대 그리스어로 ‘필레인(사랑하다)’과 ‘소피아(지혜)’가 합쳐진 말입니다. 지혜를 사랑하고 그것을 추구하는 학문이 철학인 것이지요. 학문의 세계는 넓고 다양합니다. 우리가 배우는 수학, 물리, 화학, 사회 등의 학문은 제각기 탐구하는 영역이 다릅니다. 철학이라는 학문 또한 탐구의 대상이 존재하지요. 그런데, 철학이 다루는 대상은 개별적인 현상이나 어느 특정한 분야가 아니라 인간 자체와 인간과 관계되는 모든 것입니다. 한마디로 철학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문제들을 다룹니다. 그래서 철학이 어렵다거나 모든 학문의 근본이라는 말들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같은 철학 공부가 우리에게 어떤 도움이 될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책, 주위의 가르침을 통해 나만의 생각을 ..

철학 2023.06.02

[뇌의 기억] 작업기억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주의를 집중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초여름 저녁 해변에서 아름다운 석양이 내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았다고 해서 내가 그 석양을 5년 후에 반드시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5분 후에 깡그리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주의집중이라는 신경자극이 가해지기에 앞서 먼저 정보 혹은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과정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뇌전증 치료를 위해 양쪽 해마를 절제한 헨리 몰래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해마가 없어진 헨리는 어떤 장기기억도 새로 만들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르는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 만들어진 단어, 새로 나온 노래, 신작 영화의 줄거리, 어제 있었던 일, 무엇 하나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하지..

철학/뇌과학 2023.06.02

[그리스철학] 플라톤

소크라테스 문제 플라톤은 평생 약 35편의 책을 남겼는데, 거의가 대화체로 서술했습니다. 대화체는 비록 문자의 형식을 지니고는 있지만,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마치 소크라테스와 그 밖의 많은 인물들과 함께 토론하는 것 같은 생생한 현장감과 긴장감을 제공합니다. ‘엄친아’ 플라톤, 철학자의 길을 가다 플라톤은 전통적 가치 체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질서는 아직 요원한 시대에 살았습니다. 특히 스파르타와 아테네 사이에 벌어진 길고 긴 펠로폰네소스 전쟁은 두 국가가 동시에 몰락하는 서막이었습니다. 아테네는 정치적, 도덕적으로 타락하였고 그에 환멸을 느낀 플라톤은 현실 정치와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그러던 차에 플라톤을 평생 철학자의 길로 인도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소크라테스에 대한 재판과 사형이었습..

철학/철학자 2023.06.02

[그리스철학] 소피스트

아테네의 전성기를 이끈 페리클레스는 자신이 귀족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민주주의를 신봉하였습니다. 그의 통치하에 아테네 민주주의는 최고로 발전하게 됩니다. 시민은 누구나 도시국가 안에서 공동의 문제에 관한 발언권과 결정권을 공유할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권력을 얻을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과 행동을 보여 그들이 나를 인정하도록 설득하는 것입니다. 그 같은 설득력을 갖추려면 우선 한 가지 능력이 필요합니다. 바로 웅변술입니다. 공동 결정에 참여해 내 의사를 관철시킬 훌륭한 말솜씨를 교육할 필요가 생긴 것입니다. 바로 소피스트(지혜를 가르치는 사람)라 불리는 교사들입니다. 그들은 유럽 역사에 등장하는 최초의 계몽주의자였습니다. 신 중심의 전통적 세계관, 관습에 ..

철학/철학자 2023.06.01

[그리스철학] 헤라클레이토스와 파르메니데스 철학의 두 뿌리

‘어두운’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 헤라클레이토스는 밀레토스에서 북쪽으로 수십 킬로 떨어진 에페소스에서 태어났습니다. 이곳은 당시에 밀레토스와 함께 번성했던 항구도시였습니다. 전쟁은 일상화되었고 여러 문화와 거대 권력, 도시와 국가가 서로 충돌하였습니다. 그는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아르테미스 신전을 지키는 사제 집안이자 에페소스를 건국한 가문의 장남이었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정치 지도자가 되거나 최고의 사제로 살 수 있었지요. 그러나 헤라클레이토스는 부패한 정치를 지켜보며 정치가가 되는 삶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래서 자신이 물려받은 모든 권리를 동생에게 넘겨주었습니다. 그는 매우 오만한 성격의 소유자이자 앞뒤가 꽉 막힌 사람이어서 사람들을 멸시하는 데 선수였습니다. 하물며 그는, 자신..

철학/철학자 2023.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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