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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40

[쇼펜하우어] 부정의 힘

부정의 힘 쇼펜하우어는 “자신을 극복하는 사람에게는 세계가 열린다”라고 말했다. 극복은 언제나 부정을 전제한다. 거부 없는 극복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 극복의 논리를 생각하면 제1차 세계대전이 패전으로 끝난 후 헤세가 내놓은 《데미안》(1919)에서의 한 구절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 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삭스이다. 알을 깨고 나온 새만이 살아남는다. 알을 깨지 못하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깨야 한다! 깨지 않고서는 그 어떤 삶도 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깨야 할 때는 의지가 요구된다. 의지의 형이상학이라 불리는 염세주의는 바로 이때 제 역할을 한다. “의지는 필연적으로 하..

철학/철학자 2023.05.20

[쇼펜하우어] 고통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 사람들

바그너 쇼펜하우어를 발견한 천재. 그의 이름은 음악가 바그너였다. 바그너는 쇼펜하우어를 천재라 칭했고, 스스로도 쇼펜하우어 추종자라고 서슴없이 밝혔다. 1854년 바그너는 친구인 시인 헤르베크의 추천으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처음 접하게 된다. 바그너의 나이 마흔한 살 때의 일이다. 음악적으로나 사상적으로 완숙기에 달한 나이다. 바그너는 그 독서의 영향으로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대한 구상을 한다. 이후 이어지는 그의 생애 마지막 작품들은 모두 쇼펜하우어의 영향하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젊음과 늙음이라는 자극적인 이슈를 내걸고 등장한 신세대 청년독일파는 세대 간의 갈등을 첨예화시켰다. 늙은 세대는 육체의 가치를 높이 보지 않았다. 이 때문에 청년에 대한 인식으로 무장한 신세대는 늙은 세대..

철학/철학자 2023.05.19

[쇼펜하우어]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모든 인생은 고통과 고뇌로 이루어져 있다는 인식이 쇼펜하우어의 세계관이다. 이토록 힘든 세상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통으로 가득 찬 인생을 견디게 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형이상학적 의지설 혹은 의지의 형이상학. 이것이 일반적으로 쇼펜하우어의 철학을 칭하는 말들이다. 그래서 그는 “의지의 형이상학자”라고 불리기도 한다. “인간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지만, 원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는 없다.”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말을 인용한 것이다. 원하는 것은 인간의 본질이다. 본질을 거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인간은 자신이 되고자 원하는 것이 되고 그가 원하는 것은 그의 실존에 앞선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염세주의 철학은 바로 이 불가능해 보이는 본질로서의 원하는..

철학/철학자 2023.05.19

[쇼펜하우어]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오직 우리 자신의 의지뿐

어떻게 살 것인가 여행을 많이 했던 철학자 쇼펜하우어. 그의 사상은 대부분 여행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 것들이다. 여행을 통해 세상이 어떤 곳인지, 사람 사는 곳이 어떤 곳인지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했다. 길거리에서 거지들이 손을 내밀며 동냥을 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쇼펜하우어는 세상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는다. 그 러다 프랑스 툴롱Tulon에 있는 옛 감옥에서 고야가 그린 을 본 쇼펜하우어는 경악하게 된다. 소년이던 쇼펜하우어는 그 그림 앞에서 쉽게 발길을 돌릴 수 없었다. 무엇인가 마법에 걸린 양 그렇게 그림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어둡고 음침한 곳에서 고개를 숙인 채 우울하기만 한 자세로 앉아 있는 노예.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고 두 손과 발이 쇠사슬과 쇠족쇄로 묶여 있어, 옴짝달싹할 수 ..

철학/철학자 2023.05.19

고전에서 배운다 고사성어 6

> 삼국시대를 마무리 짓고 천하를 통일한 서진 때의 사가 진수陳壽의 정사 《삼국지》 〈위지魏志〉에 ‘대기만성’과 깊은 인연이 있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삼국시대 당시 위魏나라에 최염崔琰이라는 명장이 있었다. 그의 사촌 동생 최림崔林은 외모가 시원치 않아서인지 출세를 못하고 일가친척들로부터 멸시를 당했다. 그러나 최염만은 최림의 인물됨을 꿰뚫어 보고 이렇게 말했다. “큰 종鐘이나 세 발 솥인 정鼎은 그렇게 쉽사리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큰 인물도 대성大成하기 전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게 마련이다. 너도 그처럼 ‘대기만성’을 하는 형이니, 두고 보면 나중에 틀림없이 큰 인물이 될 것이다.” 과연 그 말대로 최림은 장성한 뒤 천자를 보좌하는 삼공三公 가운데 한 사람이 되었다. 스..

철학/철학사 2023.05.18

고전에서 배운다 고사성어 5

> 반초班超는 무예가 뛰어나 한명제 때 북방의 50여 개 서역 제국을 복속시켰다. 그 공으로 서역도호가 되어 정원후에 봉해졌다. 반초가 소임을 다하고 귀국하자 후임 도호로 임명된 임상任尙이 부임 인사차 찾아와 유의할 점을 물었다. 반초가 대답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깐깐하면 무리가 없는 법이오!” 임상의 급한 성격을 감안해 이같이 대답한 것이다. 다스릴 때 너무 엄하면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까닭에 사소한 일은 덮어두고 대범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임상은 반초의 충고를 무시하고 소신대로 다스렸다. 그 결과 반초가 복속시켰던 50여 개 서역 제국이 5년 만에 반기를 들고 한나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서역도호부도 이내 폐지되었다. ‘수청무어’ 성어가 나온 배경이다. ..

철학/철학사 2023.05.18

고전에서 배운다 고사성어 4

‘무용지용’에 관한 일화는 사물의 이치와 사람이 사는 이치가 꼭 같다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인간세〉에 나오는 ‘무용지용’의 일화에 따르면, 전설적인 장인인 장석匠石이 제나라로 가다가 곡원 땅에 이르렀을 때 토지신인 사당의 상수리나무를 보았다. 크기는 수천 마리 소를 가릴 만하고 둘레는 백 아름쯤 되었다. 높이는 산을 내려다볼 정도여서 땅에서 천 길이나 올라간 뒤에야 비로소 가지가 뻗어 있다. 배를 만들 경우 수십 척에 달할 정도였다. 나무를 구경하는 사람들이 마치 저잣거리처럼 많이 몰려왔다. 장석은 이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그대로 가던 길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제자가 실컷 그 나무를 본 뒤 황급히 달려와 물었다. “제가 도끼를 잡고 선생을 따른 이래 이처럼 좋은 재목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철학/철학사 2023.05.18

고전에서 배운다 고사성어 3

춘추시대 말기 위령공衛靈公으로부터 커다란 총애를 받은 미자하彌子瑕가 방자한 모습을 보였다. 위나라 법에 따르면 군주의 수레를 몰래 타는 자는 발을 자르는 월형刖刑에 처하도록 되어 있었다. 미자하의 모친이 병이 들었을 때 어떤 사람이 밤에 몰래 와서 이를 알렸다. 미자하가 위령공의 수레를 슬쩍 빌려 타고 나갔다. 위령공이 이를 전해 듣고 오히려 그를 칭찬했다. “효자로다. 모친을 위하느라 발이 잘리는 형벌까지 잊었구나!” 다른 날 미자하가 위령공과 함께 정원에서 노닐다가 복숭아를 따먹게 되었다. 맛이 아주 달았다. 반쪽을 위령공에게 주자 위령공이 칭송했다. “나를 사랑하는구나. 맛이 좋은 것을 알고는 과인을 잊지 않고 맛보게 하는구나!” 세월이 흘러 미자하의 용모가 쇠하고 총애가 식었다. 한번은 위령공에게..

철학/철학사 2023.05.17

고전에서 배운다 고사성어 2

서진 때 풍익태수를 지낸 손초孫楚는 벼슬길에 나가기 전에 도인처럼 살고자 했다. 당시 사대부 사이에는 속세를 경시하며 도인처럼 사는 것을 중시하는 이른바 청담淸談 사상이 유행했다. 하루는 친구인 왕제王濟에게 자신의 속셈을 털어놓았다. 이때 돌을 베개 삼아 눕고 흐르는 물로 양치질을 한다는 뜻의 침석수류枕石漱流를 잘못하여 반대로 얘기했다. 돌로 양치질을 하고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다는 뜻의 수석침류漱石枕流로 표현한 게 그렇다. ‘수석침류’ 얘기를 들은 왕제가 큰소리로 껄껄 웃었다. 이내 그가 실언임을 지적하자 자존심이 강한 손초가 이같이 강변했다. “흐르는 물을 베개로 삼는 ‘침류枕流’는 요임금 때의 은자인 허유許由처럼 쓸데없는 말을 들었을 때 귀를 씻고자 하는 취지이고, 돌로 양치질을 하는 ‘수석漱石’..

철학/철학사 2023.05.17

고전에서 배운다 고사성어 1

재상을 지내면서 명장으로 명성을 떨친 누사덕婁師德은 키가 8척으로 입이 컸고, 온후하고 관인寬仁한 성품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로부터 칭송을 받았다. 그는 다른 사람이 아무리 무례하게 대들지라도 전혀 개의치 않았다. 하루는 대주 자사에 임명된 동생이 부임 인사차 들르자 이같이 주의를 주었다. “우리 형제가 모두 출세해 황제의 총애를 받는 건 좋으나 그만큼 남의 시샘도 갑절은 된다. 그 시샘을 면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느냐?” 동생이 대답했다. “비록 남이 내 얼굴에 침을 뱉더라도 결코 상관하지 않고 잠자코 닦습니다. 만사를 이런 식으로 사람을 응대하여, 결코 형님에겐 걱정을 끼치지 않습니다.” 누사덕이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같이 충고했다. “내가 염려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다. 어떤 사람이..

철학/철학사 20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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