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반응형

철학/뇌과학 6

[뇌의 기억] 기억하기- 맥락찾기

뭔가를 기억하느냐 마느냐는 여러 가지 요소들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기억의 생성을 위해서는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은 이미 충분히 알았을 것이다. 지금 몇 살이건, 기억력 향상을 위해 가장 먼저 할 수 있는 일은 주의집중이다. 주의결핍은 기억을 약화시킨다. 예외는 없다. 되뇌기, 자가 테스트, 시각과 공간 이미지, 기억술 등을 활용하거나 정보에 의외성, 감정, 의미를 부여할 때 기억은 향상된다. 이 밖에 기억을 생성하거나 불러오는 데 도움 혹은 방해가 되는 요소는 어떤 것이 있을까. 종종 우리의 기억력은 맥락에 의존한다. ● ● ● 내가 뭘 하려고 여기에 왔더라? 이름이 생각나지 않고, 열쇠와 전화기를 둔 곳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불평에 이어 가장 흔한 경우다. 다들 방에 들어갔다가 멍해진 머리를 긁으며..

철학/뇌과학 2023.06.13

[뇌의 기억] 미래기억.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

미래기억prospective memory은 나중에 해야 할 일에 대한 기억이다. 미래기억은 정신적인 시간여행 같다. 미래의 내가 하려는 일을 미리 정해두기 때문이다. 뇌가 해야 할 일들의 목록인 동시에 미래의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떠올려야 하는 기억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잊어버리는 기억이기도 하다. 사실 미래기억은 신경회로가 제대로 뒷받침해주지도 않고 너무 잘 잊어버리기 때문에 기억이 아니라 망각의 영역에 속하는 것 같다. 미래기억을 잊지 않고 떠올리기 위해서는 미래에 행동으로 옮길 의도나 취할 행동을 지금 부호화해서 기억에 넣어두어야 한다. 부호화까지는 대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대학생인 딸을 위해 집에 오는 비행기표를 오늘 취침 전에 예약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해보자. 이제 나는 뇌에게 비행기표..

철학/뇌과학 2023.06.12

[뇌의 기억] 섬광기억

일화기억은 ‘그때 기억나니……’라는 주문으로 시작하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어떤 경험은 평생 달라붙어 사라지지 않는 반면, 어떤 경험은 하루가 채 가기도 전에 사라지곤 한다. 왜 우리는 지금껏 겪은 일 중에 어떤 것은 자세하고 또렷하고 쉽게 떠올리는 반면 어떤 것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어떤 경험을 기억하고 어떤 경험을 잊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무엇인가? 왜 그냥 다 기억하면 안 되는 걸까? ● ● ● 기억나지 않는 것부터 떠올려보자 기억하지 못하는 사건들은 공통점이 있다. 하나같이 반복되는 일상의 경험이라는 점이다. 기억에 남을 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이 사건들은 습관적으로 매일매일 일어나는 단조로운 일들이다. 우리는 깨어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밥 먹고, 씻고, 물건 사고, 출퇴근하는 데 ..

철학/뇌과학 2023.06.11

[뇌과학] 의미기억

> 뇌가 어떤 정보를 중요하다고 인식하고 주의를 기울이면 그 정보는 한시적인 작업기억에서 벗어나 해마로 전달되고 강화 과정을 거쳐 장기기억으로 저장된다. 이렇게 우리가 의식적으로 붙잡아두는 장기기억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이전에 일어난 일에 대한 기억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른바 의미기억semantic memory은 학습한 지식, 삶과 세상에 관한 사실들을 저장해둔, 우리 뇌의 백과사전이다. 이런 정보는 학습 당시의 세부기억을 떠올리지 않고도 기억할 수 있다. 의미기억은 언제 어디서 그 기억이 생겼는지 등과 같은 개인의 경험과는 분리된 지식이다. 살면서 겪은 특정한 경험과도 묶여 있지 않다. 이에 반해 이전에 일어난 일, 특정 장소, 시간과 묶여 있는 정보는 일화기억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런 일..

철학/뇌과학 2023.06.10

[뇌의 기억] 몸이 기억하는 근육 기억

몸에 각인된 기억 대중문화에서는 신체 기능에 관한 기억을 근육기억muscle memory이라고 부르곤 한다. 반복하고 집중해서 연습하다 보면 이전에는 서로 무관하던 복잡한 신체 동작들이 하나하나 힘들게 단계를 밟지 않아도 마치 하나의 동작처럼 연결 처리된다. 정확한 동작 패턴이 기억에 저장되면, 어떻게 하는지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아도 물 흐르듯 빠르고 정확하게 동작을 수행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의식적으로 떠올리느라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도 〈엘리제를 위하여〉를 피아노로 연주하고, 자동차를 운전해 출근하고, 날아오는 야구공을 잡고, 부엌까지 걸어가고, 스키슬로프를 활강할 수 있다. 나이키 광고처럼 ‘그냥 한다Just do it.’ 배우자가 5분 전에 한 말은 생각나지 않아도 근육..

철학/뇌과학 2023.06.03

[뇌의 기억] 작업기억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 반드시 주의를 집중해야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초여름 저녁 해변에서 아름다운 석양이 내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았다고 해서 내가 그 석양을 5년 후에 반드시 기억하는 것도 아니고, 심지어 5분 후에 깡그리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주의집중이라는 신경자극이 가해지기에 앞서 먼저 정보 혹은 경험을 장기기억으로 만드는 과정은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서 시작된다. 뇌전증 치료를 위해 양쪽 해마를 절제한 헨리 몰래슨의 사례로 돌아가보자. 해마가 없어진 헨리는 어떤 장기기억도 새로 만들 수 없었다. 모르는 사람은 영원히 모르는 사람일 수밖에 없었다. 새로 만들어진 단어, 새로 나온 노래, 신작 영화의 줄거리, 어제 있었던 일, 무엇 하나 기억으로 남지 않았다. 하지..

철학/뇌과학 2023.06.02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