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가 유포한 인민주권 사상은 지금까지 부당하게 억압받았던 민중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그 결과 프랑스 혁명이 일어나 민중의 손으로 왕정이 무너지고, 그 후 몇 번의 혼란을 거쳐 최종적으로 오늘날의 민주주의 국가 시대로 이어졌다.
국가의 정치체제가 민주주의로 변하고 왕이나 귀족 같은 특권계급이 궁정에서 사치하지 못하게 된 것은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에야말로 국가는 모두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운영을 해야 한다.
그때 국가가 새롭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경제였다.
인민주권의 국가, 다시 말해 모두를 위한 국가가 지향해야 할 이상적인 상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모두가 풍요롭고 쾌적하게 사는 상태’일 것이다.
요컨대 모두가 경제적으로 성공해서 즐겁게 살 수 있는 넉넉한 돈을 지니고 아무런 방해 없이 사는 삶을 말한다.
그러면 어떻게 풍족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경제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이 탄생한다.
그리고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고, 현대로 이어지는 경제사회의 흐름을 만든 인물이 영국의 철학자 애덤 스미스다.
애덤 스미스의 주장에서 재치 있는 부분은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욕망, 다시 말해 돈을 벌고 싶다는 이기심이야말로 경제의 원동력이라고 파악한 점이다.
원래 서양은 기독교 사상의 영향으로 이기심이 기본적으로 나쁜 것이라 여겼다.
그래서 신에게 지위를 부여받은 특권계급이라면 몰라도 상인처럼 개인이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돈을 버는 일은 기본적으로 천한 일이었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성서에도 확실히 적혀 있다.
• 개인인 상업이 너무 많이 부를 축적하면 권력자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수도 있다. (경제적 지배자의 탄생)
• 모두가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상업을 지향해 농업을 관두면 곡물의 생산량이 떨어지고 결국에는 모두가 굶어 죽어 국가가 무너질 것이다. (농업 붕괴)
이런 문제들만 생각해보면 이기적인 돈벌이에 열중하는 상업을 낮은 지위로 취급하고 멸시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일이었다.
신의 ‘보이지 않는 손’
“자신을 위해서 돈을 버는 것(이익추구)은 천한 행위이자 타락한 일이기 때문에 좋지 않다.”
이것이 이전 세상의 상식이었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이러한 상식에 대항해 아래처럼 주장했다.
“아니야, 더욱더 돈벌이에 치중해라! 그것이야말로 모두의 행복으로 연결되는 길이니까!”
여기서 잠시 애덤 스미스의 주장을 이해하기 위해 빵가게를 예로 들어 설명해보자.
빵가게는 무상으로 빵을 나눠주는 것이 아니고 당연히 돈을 벌기 위해 가격을 설정하기 때문에 빵가게의 활동은 이른바 개인적 욕망을 충족하려는 이기적 경제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면 빵가게의 활동은 멸시받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빵가게는 빵을 정기적으로 공급해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풍족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기적인 경제활동은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타자의 행복으로 직결되는 훌륭한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빵가게가 개인적인 욕망을 키워서 더 돈을 벌려고 빵의 가격을 점점 올리면 어떻게 될까?
모두 울면서 비싼 빵을 사고 세상은 이 빵가게 주인의 지배하에 있게 될까?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런 비싼 빵 안 사 먹으면 되지!”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빵가게가 그렇게 돈을 많이 버는 직종이라면 누군가가 똑같이 다른 빵가게를 시작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빵가게가 존재하면 당연히 경쟁이 시작된다.
높은 가격을 매기면 상대방 가게에게 고객을 빼앗기기 때문에 서로 적당한 수준의 가격을 매기고 상대방보다 맛있는 빵을 만들려고 노력도 한다.
이렇게 경쟁은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게 만들어 맛있는 빵이 적당한 가격으로 공급되는, 모두에게 행복한 구조를 만든다.
애덤 스미스는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아래와 같이 표현했다.
“개인이 자신의 욕망대로 이익을 추구해도 반드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사회 전체의 이익으로 연결되는 결과가 나올 것이네.”
결국 시장에는 ‘경쟁’이라는 원리가 있기 때문에 개인이 이익을 추구해 돈벌이에 열중해도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당사자들이 전혀 의도하지 않은 올바른 방향으로 공공의 이익이 창출된다.
“그러니까 만족하지 말고! 욕망에 따라 자신의 이익추구를 따져라!”
이러한 애덤 스미스의 주장은 이기심은 나쁘고 돈벌이는 천하다는 세상의 상식을 깨고 모두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18세기 초반, 때마침 산업혁명이 시작된 시기와 맞춰 애덤 스미스의 사상은 널리 퍼졌고, 모두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장사나 사업을 시작했다. 이렇게 현대 자본주의 경제 형태가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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