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시니어들은 획기적인 자산 증가를 기대할 수 있는 상품보다 현재 보유 중인 자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상품을 찾는다.
상속을 고려하고 노후 파산을 막으려면 장수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반적인 연금 상품보다는 민영 간병보험, 수준이 완화된 의료보험, 상속을 위한 외화 변동 일시불 종신보험, 10년간 예금하는 형태의 일시불연금 등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오래 살수록 혜택이 커지는 장수 생존 연금보험
일본에서는 오래 살수록 혜택이 커지는 100세 시대 맞춤형 상품, 즉 장수 생존 연금보험이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사망 보험금을 최소화하고 생존 시 연금을 최대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한 연금 보험 상품인데 은퇴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50대의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수급 기간을 ‘종신’으로 선택하면 따로 노후 대책을 세우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50대 중에서 싱글 여성에게 인기가 좋다. 단, 연금 개시 후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금 지급이 중단되며 무엇보다 연금 개시 전에 사망하면 사망 보험금과 환급금이 없거나 아주 적기 때문에 일찍 죽으면 손실을 보게 된다.
혜택을 많이 보려면 무조건 오래 살아야 하는 것이다.
장수 생존 연금보험으로 처음 출시된 상품은 일본생명보험이 2016년 4월에 선보인 그랑 에이지(Gran Age) 장수 생존보험이다.
이 상품은 50세부터 70세까지 20년간 보험료를 납입하고 70세부터 종신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그 대신 연금 개시 후에 사망하면 더 이상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고 남은 금액을 다른 가입자의 연금 재원으로 돌린다.
출시 3개월 만에 1만 4,000건의 계약이 성사됐으며 1년 동안 4만 6,000건 가까이 팔렸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보험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구당 보험 가입률은 97%에 달한다.
개인별 보험 가입률도 94.5%에 이른다.
다만 종신보험의 보장 자산 크기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2013년 보험 가입자 1인당 평균 사망보험금은 3,029만 원에 불과했다.
2016년 가구당 월평균 지출액(336만 원)을 감안할 때 가족을 지키기에는 부족한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한화로 1억 4,000만 원, 일본은 1억 2,000만 원 정도의 보장 자산이 마련된다.
참고로 한국의 시니어들은 보유 자산 중 부동산의 비중이 굉장히 높다.
상속세는 최고 세율 50%로 OECD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이 갑자기 사망했는데 비축한 현금이 없으면 상속세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부동산을 급매로 처분하면 제값을 받지 못할 가능성도 높다.
물론 양도소득세도 내야 한다.
따라서 가장의 종신보험 가입은 가능하면 서두르는 것이 좋다.
시니어 안전운전 텔레매틱스보험
고령화가 되면서 시니어들의 교통사고 또한 증가하고 있다.
2015년에 발생한 사고 중 65세 이상 시니어 운전자가 관련된 사고는 21.5%로 10년 전에 비해 1.9배 증가했고 특히 역주행사고는 전체의 68%에 달했다.
멀리 떨어져 생활하는 자녀들은 노부모의 운전 상황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텔레매틱스(Telematics)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보험이 개발되어 2017년부터 판매되고 있다.
‘텔레매틱스’란,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 인포매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로 자동차와 무선통신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차량용 무선 인터넷 서비스다.
스마트폰과 차량에 설치된 전용 기기를 통해 수집한 운행 상황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GPS를 활용해 고속도로에서 역주행을 하거나 집에서 반경 20킬로미터를 벗어나면 경고음이 울린다.
급가속이나 급정거 및 경고음 발신 횟수를 기초로 온라인 운전 진단 리포트도 제공한다.
차량이 큰 충격을 받으면 콜센터에 통보해 사고 담당자가 스마트폰으로 상태를 확인하고, 사고 발생 시 초기 대응과 렌터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러한 안전운전을 모니터링해 정기적으로 가족에게 알려준다.
우리나라 역시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노인의 교통사고가 늘어나고 있다.
보험개발원의 연령대별 사고 현황 자료에 따르면 70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가 2006년 7,000건에서 지난해 2만 9,000건으로 10년 새 4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간병을 위한 소득 보상보험
일본에서는 장기 요양이 필요한 사람이 점점 증가하면서 부모 간병을 위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옮기는 사람이 연간 10만 명이 넘는다.
부모를 간병해야 하는 자식들의 연령대가 대부분 40〜50대인데 직장에서 한창 일할 핵심 인력들이다.
그래서 일본 회사들은 간병 휴가, 간병 휴직제도 등을 도입해 간병과 일의 양립을 지원하면서 직원들의 퇴사를 막고 있다. 미츠이스미토모해상, 아이오이닛세이동화손해보험의 지주회사인 MS&AD보험그룹은 단체종합생활보상보험에 부모 간병을 위한 휴직 보상특약을 신설하고 2017년부터 판매하고 있다.
부모가 요개호 2급 이상 등급 판정을 받고 피보험자인 직원이 면책 기간(0일, 30일, 93일, 180일, 365일)을 초과해 휴직하면 보험금이 연금 또는 일시금으로 지급되는 방식이다.
치매 부모 손해 배상을 대비한 개인 배상 책임보험
치매에 걸린 91세 남자가 거리를 배회하다가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은?
일본 나고야법원은 치매환자의 부인에게 감독 의무에 충실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열차회사에 약 360만 엔(약 3,600만 원) 손해 배상금을 지불하라고 판결했다.
이처럼 동거하지 않는 자녀나 후견인이 치매환자의 감독 의무자라는 이유만으로 배상해야 하는 일이 바로 내게도 일어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개인 배상 책임보험이 유용하다.
본인 또는 가족이 일상생활을 하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친 경우 배상금과 변호사 비용 등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단독 계약이 아니라 화재보험이나 상해보험, 자동차보험의 특약으로 계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거 세입자의 죽음에 대비하는 고독사보험
일본인 7명 중 1명은 혼자 살고 있다. 사연도 다양하다.
노년층 이상으로 가면 배우자와 사별이나 이별한 경우가 있고 그 아래 세대에서는 자발적인 1인 가구가 많다.
20〜30대의 미혼(未婚)뿐만 아니라 40〜50대의 비혼(非婚)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상치 못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고독사(孤獨死)다.
2016년 일본 고독사 건수는 1만 7,433건으로 전체 사망자의 3.5%이며 대도시와 65세 이상 시니어가 많다.
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 생활 기초조사 등에 따르면 2016년 현재 혼자 사는 시니어는 655만 명으로 추산된다.
10년 전보다 60%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고독사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한쪽에서는 방을 내주면서 고독사보험에 가입하는 임대인도 늘고 있다.
고독사보험은 홀로 지내던 사망자의 방을 치우고 다시 꾸미는 데 드는 비용과 공실이 되거나 집세가 떨어진 경우에 보상해주는 보험이다. 심지어 옆방까지 보상해주기도 한다.
아이아루소액단기보험사가 고독사보험인 무연(無緣)사회 지킴이를 2011년에 출시했다.
고독사가 일어난 방의 원상 회복 비용에 최대 100만 엔(1,000만 원)을 지급하고 사고 후 1년간 임대료 하락 손실에 최대 200만 엔(2,000만 원)을 보상해준다.
보험료는 가구당 3,300엔(3만 3,000원) 정도다.
소액 단기보험은 미니 보험으로도 불리는데 보험 기간이 2년 이내, 1,000만 엔(1억 원) 이하의 보험금이 특징이다.
입주자가 보험료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가입하고 보험금은 주인이 수령하는 형태와 집주인이 화재보험 특약으로 가입하는 형태가 있다.
최근에는 입주자에게 매월 수백 엔(수천 원) 정도 보험료를 부담하는 보험에 가입하도록 의무화한 임대주택도 증가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무연고 사망자 수가 2011년 693명에서 2016년 1,232명으로 5년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2〜2016년 65세 이상 무연고 사망자 통계에 따르면, 1,496명의 독거노인이 고독사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거노인은 2015년 122만 3,000명에서 2017년 133만 7,000명으로 최근 3년간 10% 가량 증가했다.
이런 현실을 반영해 DB손해보험이 임대주택 관리 비용보험을 출시했다.
유품 정리 비용 담보와 원상회복 비용 담보에 가입하면 임대주택의 특수 청소 비용, 파손 등으로 인한 인테리어 비용도 보상받을 수 있다.
주요 고객은 개인이 아니라 주택 임대사업자이므로 일본 고독사보험과는 조금 다르다.
그래서 집주인과 세입자가 고독사로 발생하는 손실 위험을 보상받을 수 있는 보험 개발이 필요하다.
한편 일본에서는 고독사한 사람의 집을 원상회복시키는 특수청소업자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유족 대응과 청소 방법 등을 주제로 약 2개월간의 통신강좌를 받고 시험에 합격하면 특수청소사 자격을 얻게 된다.
현장에서 방호복을 입고 특수 약품과 살충제 등으로 실내를 청소한다.
유품 정리까지로 서비스를 확장하기도 한다.
관련 사업체가 전국에 5,000개 정도 있는데 관련 단체가 민간 자격의 인정제도를 시작한 5년 전에 비해 15배 넘게 성장한 것이다.
사건 현장 특수청소센터는 2014년에 설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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