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청무어 >>
반초班超는 무예가 뛰어나 한명제 때 북방의 50여 개 서역 제국을 복속시켰다.
그 공으로 서역도호가 되어 정원후에 봉해졌다.
반초가 소임을 다하고 귀국하자 후임 도호로 임명된 임상任尙이 부임 인사차 찾아와 유의할 점을 물었다.
반초가 대답했다.
“물이 너무 맑으면 고기가 없고, 사람이 너무 깐깐하면 무리가 없는 법이오!”
임상의 급한 성격을 감안해 이같이 대답한 것이다.
다스릴 때 너무 엄하면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 까닭에 사소한 일은 덮어두고 대범하게 다스려야 한다는 취지이다.
그러나 임상은 반초의 충고를 무시하고 소신대로 다스렸다.
그 결과 반초가 복속시켰던 50여 개 서역 제국이 5년 만에 반기를 들고 한나라로부터 떨어져 나갔다.
서역도호부도 이내 폐지되었다. ‘수청무어’ 성어가 나온 배경이다.
고금동서를 막론하고 공동체를 이끄는 지도자는 가장 작은 단위인 가정을 비롯해 마을과 직장, 국가공동체에 이르기까지 늘 겸손한 자세로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이른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를 지닐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모든 구성원을 하나로 묶어 중지衆智와 중력衆力을 동원할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일지라도 매사에 모두 능할 수는 없는 일이다.
모든 것이 급속히 변하는 21세기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중지’의 필요성이 더욱 높아졌다.
창조적인 마인드를 지닌 뛰어난 인재가 더욱 절실해진 이유다.
예로부터 뛰어난 인재는 한곳에 오래도록 머물지 않는 특징이 있다.
《논어》 〈옹야〉의 다음 구절이 그 증거다.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한다.
지자는 동적이고, 인자는 정적이다. 지자는 즐기고, 인자는 장수한다.”
여기서 ‘지자요수知者樂水’와 ‘인자요산仁者樂山’ 성어가 나왔다.
제4차 산업혁명의 관점에서 볼 때 ‘지자요수’의 인재들 가운데서도 애플의 스티브 잡스처럼 인문학적 지식을 지니고 있는 ‘창조형 인재’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술과 예술을 결합시켜 아이폰 같은 ‘대박’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자》 〈목민》이 역설했듯이 주고자 하면 먼저 내주는 이른바 ‘취여지도取予之道’의 이치를 깨달을 필요가 있다. 큰 인재를 얻기 위해 먼저 크게 내주는 것을 말한다.
이는 대어를 낚고자 할 때 큰 미끼를 쓰는 이치와 같다.
뜻이 작으면 그릇이 작고, 그릇이 작으면 담는 것도 작게 마련이다.
나라가 작은 게 문제가 아니라 뜻과 꿈이 작은 게 문제다.
최고통치권자와 기업 CEO들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이 통제하는 관작이나 녹봉을 통해 얼마든지 시대에 부응하는 천하의 인재를 불러 모을 수 있다.
요체는 크게 주어야 크게 얻을 수 있는 이치를 관철하는데 있다.
유비가 제갈량을 유인할 때 구사한 삼고초려三顧草廬가 대표적인 사례다.
역사소설 《삼국연의》는 인의仁義의 관점에서 ‘삼고초려’를 그려 놓았으나 《한비자》의 관점에서 보면 ‘삼고초려’ 역시 제갈량이라는 천하의 인재를 낚기 위한 커다란 미끼에 지나지 않는다.
<< 복수난수 >>
《습유기拾遺記》에 실린 일화에 따르면, 주나라의 건국 공신인 강태공姜太公은 오랫동안 너무 가난하여 그의 부
인 마씨馬氏가 견디다 못하여 남편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이후 강태공이 주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한 뒤 제齊나라의 제후가 되어 돌아오는 길에서 마씨 부인을 만났다.
마씨가 길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옛날 정을 생각해 다시 부부의 연을 맺고 아내로서 강태공을 섬기며 살겠다고 애원했다.
강태공이 마씨에게 그릇에 물을 떠오게 했다.
마씨가 물을 떠오자 강태공은 사람을 시켜 그 물을 땅에 쏟아 붓게 한 뒤 마씨에게 쏟은 물을 다시 그릇에 담아보라고 했다. 마씨는 흙만 주워 담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강태공이 이같이 말했다.
“그대는 서로 떨어진 것을 다시 합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거두기 어려운 법이오!”
여기서 ‘복수난수’ 성어가 나왔다.
한번 엎지른 물은 다시 동이에 되돌릴 수 없다는 뜻의 ‘복수불반분覆水不返盆’으로 표현키도 한다.
《후한서》 〈광무제기〉에 나오는 ‘반수불수反水不收’와 《후한서》 〈하진전〉의 ‘복수불수覆水不收’도 같은 뜻이다.
오래전에 주요 일간지 사회면에 실린 씁쓸한 얘기가 생각난다.
생활이 어려워 이혼했다가 아이들 때문에 함께 살아온 여인이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된 남편으로부터 ‘영원히 헤어지자’는 말을 듣고 격분한 나머지 당첨금 분할을 위한 가압류 신청을 했으나 법원으로부터 기각을 당했다는 소식이다.
횡재를 했다고 같이 살고 있는 여인을 내치려는 남자도 문제지만, 가압류 신청을 한 여인도 어지간하다는 느낌이다.
어려울 때 이혼을 요구하지 말고 좀 더 참고 살았으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함께 극복해 나가기보다는 쉽게 갈라서는 쪽을 택하는 저간這間의 ‘염량세태’를 생각하면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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