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의 힘 쇼펜하우어는 “자신을 극복하는 사람에게는 세계가 열린다”라고 말했다. 극복은 언제나 부정을 전제한다. 거부 없는 극복은 한낱 말장난에 불과하다. 극복의 논리를 생각하면 제1차 세계대전이 패전으로 끝난 후 헤세가 내놓은 《데미안》(1919)에서의 한 구절이 꼬리를 물고 떠오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 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삭스이다. 알을 깨고 나온 새만이 살아남는다. 알을 깨지 못하면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깨야 한다! 깨지 않고서는 그 어떤 삶도 가능하지 않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깨야 할 때는 의지가 요구된다. 의지의 형이상학이라 불리는 염세주의는 바로 이때 제 역할을 한다. “의지는 필연적으로 하..